인문학 도서 추천! 나에게로의 책 여행
9월은 독서의 달. 책 읽기 좋은 때라고 모두들 말하지만, 도란도란 수다를 떨어도, 가을볕을 즐기러 여행을 떠나도 좋은 계절이지요.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은 날씨 때문에 마음이 붕 뜨는 시기일수록 차분하게 감정을 추스르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맘때면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라도 기웃거려야 할 것 같죠. 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온 신경을 집중하여 독서에 열중하라는 법은 없죠. 친구들끼리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읽은 후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여행길에 좋은 동반자가 될 책 한 권 배낭에 집어넣고 집을 나서는 것도 좋겠네요. 오늘은 소년소녀 감성 충만해지는 책을 추천할게요. 소개글을 읽은 후에는 동네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고요. 결국, 머리말만 읽게 된다고 해도 좋아요. 사사삭 책 넘기는 소리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긴 호흡의 장편 소설을 읽는 것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에게 희소식이네요. 문학계의 ‘차트 종결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이 눈에 띕니다. 이름하여 <여자 없는 남자들>. 언뜻 봐서는 모태솔로들 이야기처럼 읽히지만, 여자를 잃은 남자들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총 일곱 단편 중 다섯 편의 주인공이 작가 자신을 연상시키는 중년 남자입니다. 여러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혹은 떠나보내려는 남자들의 후일담(혹은 연애담, 혹은 이별담)이 하루키 특유의 세밀한 문체로 전개됩니다.
역시나, 밑줄을 긋고 싶은 표현으로 가득하네요. 몇 문장 소개할게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얘깁니다. 그런 걸 바란다면 자기만 더 괴로워질 뿐이겠죠.”,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면 내 마음도 따라서 당겨집니다. 로프로 이어진 두 척의 보트처럼”
특이한 제목 때문에 눈이 가게 되는 책이 있지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그 중 하나였어요. 제목만큼이나 작가의 이력도 이색적입니다. 스웨덴 태생의 요나스 요나손은 기자 그리고 회사의 대표로 오랫동안 일하다가 회사를 매각하고 데뷔한 늦깎이 소설가입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창문을 넘기로’ 결심한 것이죠. 이 책은 인구 9백만의 나라 스웨덴에서 120만 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고 하네요. 이제 막 100세가 된 노인 알란이 백 번째 생일 파티를 피해 도망치는 현재와 그가 지난 백 년간 살아온 인생 역정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코믹 미스터리 로드 무비와 세계사 다이제스트를 동시에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죠. 무엇보다, 정말 미친 듯이 배를 잡고 온 바닥을 굴러다니면서 웃게 만들었던 책이었어요.
<기억 깨물기>는 <냉정과 열정 사이>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에쿠니 가오리 외 5명의 작가가 함께 쓴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집이에요. 6편의 러브스토리 모두 사랑처럼 달달한 초콜릿을 키워드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달콤하면서도 조금은 무서운 일이죠. 달콤함 속에 씁쓸함이 숨어 있는 초콜릿은 그래서 사랑과 가장 많이 닮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읽다 보면, 사랑을 잃어버렸던 가슴속에 다시 온기가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가슴 시린 시기에는 짧은 시 한편이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되기도 하죠. 옆구리가 허전하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시집만큼 좋은 처방전이 없습니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은 신현림 작가가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를 모아 만든 선물입니다. 1권에서는 방황하는 모든 청춘들에게 시를 통해 따뜻한 응원가를 전해주며, 2권에서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늘 외롭다고 말하는 딸들에게 “주저하지 마. 사랑, 그거 참 좋은 거야” 라고 작은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눈물은 왜 짠가>는 함민복 시인의 첫 산문집이자 그의 산문집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책입니다. 절판이 되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어 너무 반가웠어요.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되었던 책이기도 하죠. 가진 것 없고, 볼 것 없고, 자랑할 것 없고,내세울 만한 것 없게 느껴지는 삶이라도 소중하고 귀한 것임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작가의 산문들을 읽다 보면 시는 그를 버티게 한 힘이었고, 그와 함께 한 사람들은 눈물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하루>는 글은 짧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 에세이집이에요. 꿈을 꾸는 당신에게 용기가 필요한 계절 봄, 가슴에 냉정과 열정을 품고 달려가야 하는 계절 여름, 마음이 흔들려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계절 가을, 그리고 기적을 바라고 또 바라는 계절 겨울. 때에 따라 마음이 원하는 대로 골라 읽는 처방전과도 같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문장이 있네요. “힘든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오늘도 잘 넘겼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람들은 말하곤 해요. 하지만 하루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쌓여간다는 것 잊지 마세요!”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가요?
삶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하지요. 덧붙이자면, 누구나 같은 방향을 향하는 마라톤 코스가 아니라 저마다의 결승점과 달리는 방향이 다른 마라톤이지요.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힘겨우면 힘겨운 대로 도전해보라고, 인생의 달콤한 열매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간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라고 이야기 합니다. 소설가 박완서의 등단은 40세였습니다. 또 프랑스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을"><<레미제라블>을">레미제라블<레미제라블>을">><레미제라블>을">을 발표한 것 역시 그의 나이 60세 때였습니다. <반지의 제왕>은 톨킨이 62세에 발표한 작품이며, 히치콕은 61세에 필생의 역작 <사이코>를"><<사이코>를">사이코<사이코>를">><사이코>를">를 완성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겠죠. 천천히, 멈추지 말고 끝까지 가는 것이 정답이겠죠.
<청춘의 낙서들>에는 막다른 골목에서 하늘이 노래질 때 괜찮다, 힘이 되는 낙서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열망과 절망 사이에서 흔들릴 때, 막다른 골목에서 하늘이 노래질 때 ‘괜찮다’라고 힘이 되어준 낙서들, 즉 한 청춘이 간직해온 ‘조그만 불빛’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웃음과 울음이 비벼진 낙서는 때로는 따뜻한 위로로 느껴지기도, 때로는 서글픈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내 앞의 청춘들이 써 내려간 개인적인 낙서를 확인하는 순간, 지금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들이 결코 나만의 것만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칼럼리스트이십니다. 음악 외에도 샤방샤방한 영화, 소설 등도 좋아하여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자주 쓰고 때로는 진지한 성향의 아이템을 논하기도 하세요. 음악 웹진 <웨이브>와 NAVER <오늘의 뮤직>, KT음악포털 <도시락>, 그 외 여러 잡지에 투고를 하시면서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시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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