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에 가려졌던, 심폐소생송 추천!
최근 ‘심폐소생송’이라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힐 뻔한 음악을 발굴해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양지가 있으면 분명 음지도 있는 법. 원곡은 아주 좋으나 속칭 ‘미는 곡’이 너무 부각되어 그늘에 가린 곡을 말합니다. 가수는 한 앨범을 위해서 작곡가들에게 수많은 곡을 받고 그중에서 앨범 콘셉트에 맞는 곡들을 엄선해 하나의 앨범을 만듭니다. 과거엔 타이틀곡 하나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전 곡이 다 타이틀이라 할 정도로 모든 곡이 훌륭한 앨범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장인의 작품 중 ‘기필코’ 소생이 필요한 숨은 명곡을 소개합니다.
◎ 비사이드(B-side) ?? 히트곡은 신이 만든다?
과거 카세트테이프 시절에는 앨범이 A면과 B면으로 나누어져 있었다죠. 테이프를 바꿔 끼워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주로 완성도 있는 곡들은 A면에 싣곤 했습니다. 반면 주목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던 곡들을 B면에 담아 말 그대로 ‘비사이드 곡’이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는 요즘처럼 싱글 단위로 곡을 발표하고 나중에 정규 앨범을 내는 시스템에서 정규 앨범에 빠진 곡들을 비사이드라고도 한답니다.
히트곡을 내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할 겁니다. 원곡이 무조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 곡에 어떤 옷을 입힐지 고민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몫이죠. 또한 운도 뒷받침돼야 최고의 히트곡이 탄생하는 겁니다. 오랜 기간 동안 공들인 곡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히트곡은 몇 분 만에 뚝딱 만들어진 곡이 많다고 하는데요. 제아무리 작정하고 히트곡 만든다 해도 곡의 성공 여부는 신도 모르겠죠? 오늘 우리는 비사이드 곡을 넘어 타이틀곡에 가려진 앨범 속 ‘불운의 명곡’까지 두루 살펴볼 생각이니 귀를 활짝 열어 주세요.
◎ 심폐소생의 수혜자 다시 소생하여라 - 윤종신 ‘You Are So Beautiful’
‘본능적으로’로 심폐소생의 최대 수혜자로 등극한 윤종신. 마치 그가 산증인 임을 증명하듯 ‘심폐소생송’의 MC에 발탁되었습니다. 아마 음악 좋아하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몇몇 곡에 이끌려 앨범 전곡을 들었다가 다른 노래에 꽂힌 적, 더러 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런 경험을 자주 하는데요. 처음으로 소개할 곡은 윤종신 10집에 수록된 ‘You Are So Beautiful’입니다. 이 앨범은 ‘너에게 간다’와 클래지콰이가 피처링에 참여한 ‘오늘의 날씨’가 타이틀곡으로 되어 있습니다. 두 곡 모두 히트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윤종신의 대표적 명반으로 꼽히는 앨범이기에 주옥같은 곡들이 많이 담겨 있죠. 윤종신이 가수로서 방송을 타는 경우가 흔치 않아 앨범의 완성도에 비해 전곡이 다 빛을 못 본 경우입니다. ‘You Are So Beautiful’이 타이틀곡을 능가하는 곡이다 보니 간혹 이 앨범의 타이틀곡을 이 곡으로 기억하는 분도 더러 있습니다. 그럼, 첫 번째 숨은 곡을 함께 감상해 보실까요.
윤종신 ‘You Are So Beautiful’ 들으러 가기 > Go!
◎ 싸구려 커피보다 더한 절절함 - 장기하와 얼굴들 ‘정말 없었는지’
요즘 아이유와 열애로 시선 집중되고 있는 장기하. 그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이자 보컬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2008년 ‘싸구려 커피’로 인디신의 슈퍼스타로 등극했죠. 이후 ‘달이 차오른다, 가자’ 등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는데요. 2009년 정규 1집이 발표되기 전,미니앨범으로 발표된 이 곡 ‘정말 없었는지’는 ‘싸구려 커피’의 아성에 눌려 숨은 명곡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싸구려 커피’가 공감과 페이소스를 주었다면 ‘정말 없었는지’는 외로움과 회한 같은 것이 더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2집에 실린 ‘TV를 봤네’라는 곡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장기하와 얼굴들은 특히 젊은이에게 공감 가는 가사와 개성 있는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3포세대 젊은이들에게 위로보다는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주고, 고단한 길을 함께 가는 동지 같은 느낌입니다. 스산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이 시간 음악이 필요한 동지들과 함께 들어보면 좋을 곡입니다. 동지여, 함께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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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정말 없었는지’ 들으러 가기 > Go!
◎ ‘이별의 그늘’에 가려진 '알 수 없는 일' - 윤상 '알 수 없는 일'
구슬픈 바이올린 선율이 폐부를 찌르던 ‘이별의 그늘’은 당시 작곡가이자 연주자로 활동하던 윤상을 단번에 스타덤에 올려놓았습니다.그때 그가 대학생이었으니 한국형 일렉트로닉 조상인 윤상의 푸른 시절이었죠. 실은 저도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어린 나이였다죠. ㅜㅜ 카세트테이프 시절 정말 비사이드에 실렸던 곡입니다. 작곡가 출신인 그답게 데뷔 앨범은 명곡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두고두고 리메이크 되고 있는 ‘한걸음 더’도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이죠. 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윤상의 음악을 듣고 단박에 그의 음악임을 알아챌 것입니다. 그만큼 자기만의 음악 색이 뚜렷한 아티스트죠. 화려하지 않지만, 세련되고 여운이 남는 이 곡은 이런 가을에 특히 더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지금 들어도 감미로운 목소리는 여전하네요. 젊었을 때라 그런지 더 미성인 것 같고요. 그럼 함께 ‘마성의 미성’을 들어보실까요.
◎ 팬들이 인정하는 숨은 타이틀 곡 - 박정현 ‘이별하러 가는 길’
알앤비 요정 박정현은 거의 여성 보컬리스트 중에서 지존의 자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히트곡을 다 열거하기도 입이 아프죠. 그러나 그 못지않게 숨은 명곡도 많다는 사실. 이 곡이 수록된 4집은 ‘꿈에’라는 히트곡을 품고 있는 앨범입니다. ‘이별하러 가는 길’은 윤종신과 정석원이라는 환상의 복식조가 탄생시킨 명곡 중 하나죠. 이 둘은 많은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윤종신의 가사 센스는 아마 공일오비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별하러 가는 길’은 윤종신표 가사와 정석원의 편곡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곡입니다. 박정현의 보컬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 앨범을 들은 사람 중에 많은 사람이 타이틀곡인 ‘꿈에’와 쌍벽을 이루는 곡으로 이 ‘이별하러 가는 길’을 꼽습니다. 어떤 곡인지는 들어봐야 알겠죠. 아름다운 박정현의 발라드 세계로 초대합니다.
◎ 성발라의 가을 바이러스 - 성시경 ‘바람, 그대’
이번에는 가을이면 꼭 듣고 보는 저의 ‘페이버릿 송’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성시경 최고의 앨범이라고 확신하는 성시경의 5집 [The Ballads]는 ‘거리에서’라는 히트곡이 담겨 있는 앨범입니다. ‘거리에서’가 너무 히트를 해서 그 안에 담긴 다른 곡들이 전혀 빛을 보지 못했죠. 이 안에 담긴 알토란 같은 곡들은 추후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바람, 그대’는 하림이 작곡한 곡입니다. 제목처럼 가을, 바람의 감성을 그대로 음악에 녹인 듯한 곡이죠. 편곡이 특히 기가 막힙니다. 브라스와 현악이 어우러진 재즈 구성의 반주가 곡을 더 고급스럽게 꾸며줍니다. 성시경의 감미로운 보컬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이 곡은 특히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끼며 들어야 더 맛이 나니까 당장 창문부터 열어주기를 권합니다. ‘성발라’의 감기보다 더 독한 가을 세레나데에 점염될 시간입니다.
◎ 정규 앨범 못지않은 비사이드 앨범, 라디오헤드 'Polyethylene (Pts. 1 & 2)'
마지막으로 진짜 비사이드 곡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정규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진짜 비사이드 곡들을 모은 비사이드 앨범입니다. 비사이드 앨범이라지만, 그 자체만으로 또 다른 정규 앨범의 아우라를 내뿜고 있습니다. 브리티시록의 대표적인 밴드 라디오헤드. 그들의 명반 [OK Computer] 발표 이후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비사이드 곡들을 모아 EP를 발표했습니다. 이 앨범에는[OK Computer]에 수록되어 있는 ‘Airbag’을 포함 총 7곡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영미권에만 한정적으로 판매하던 앨범이라 라디오헤드의 팬들 사이에선 이 앨범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어깨가 으쓱해질 때가 있었답니다. 이 정도 앨범은 정규에서 제외된 곡이라고 할 게 아니라 다른 앨범을 위해 아껴둔 곡이라 해도 될 것 같네요. 소개할 'Polyethylene (Pts. 1 & 2)'은 곡 구성이 일반적인 패턴을 따르지 않고 아주 다채로운데요. 두 곡의 다른 곡을 연결해 듣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게 바로 라디오헤드만이 할 수 있는 실험이죠. 앞의 곡들에 비한다면 다소 난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대중성과 조금 멀리에 서있는 곡도 소개하는 것이 오늘의 주제와 맞을 것 같아 과감히 보내드립니다.
라디오헤드 'Polyethylene (Pts. 1 & 2)' 들으러 가기 > Go!
그 밖에도 우리가 지나칠 뻔한 곡은 셀 수 없을 겁니다. 저도 해놓고도 아직 아쉬운 곡이 너무 많아요. 음악을 많이 듣다 보면 나만의 명곡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진정 음악을 사랑한다면 더 많은 음악을 듣고 즐기길 바랍니다. 음악은 정말 무궁무진하거든요. 절대 질릴 리 없는, 화수분처럼 여러분의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할 겁니다. 오늘도 음악 안에서 행복하시기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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